“눈을 열어 주소서.”(시편 119,18)

2025.01.12 묵상

“눈을 열어 주소서.”(시편 119,18)
눈을 열어 주소서
시편 119,18
어느덧 몽골의 길고 추운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늦은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적응하여 웬만한 추위는 견딜만 하지만,
여전히 영하 30도에 가까운 혹한이 다가올 것을 대비하여 할 일이 많습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온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다 보면 수도관이 동파 되기도 합니다.
그때는 예상치 못한 큰 지출과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갑자기 전기가 끊기면 다시 들어올 때까지 분주히 움직여야 합니다.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빼거나 비상 발전기로 모터를 돌리며 동파 가능성이 있는 곳을 확인해야 합니다.
한창 운영비가 부족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몇 달간 게르에서 지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휴양지에서의 낭만적인 게르 체험과는 많이 달라서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실제 게르에서의 생활은 지혜와 인내를 요구했습니다.
난로는 석탄을 3~4시간마다 보충하지 않으면 불이 꺼져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다시 붙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연기가 역류해 방 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서 화생방 훈련을 혼자 하기도 합니다.
외출 후 돌아오면 방 안의 모든 것이 꽝꽝 얼어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치 냉탕에 들어가는 것처럼 집에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여지곤 했습니다.
매일 청소를 해도 바닥에는 거뭇한 석탄재가 묻어납니다.
석탄재가 폐 속에도 쌓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건강이 신경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게르에서 요리하고 씻고 빨래하는 일은 번거롭기 그지없습니다.
어느새 땟국물이 묻은 모습이 자연스러워지고 익숙해져 갑니다.

그러나 게르의 경험은 현지의 삶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수돗물, 주방,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가정방문을 다니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게르 생활을 하면서도 깔끔하고 해맑은 웃음을 짓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곤 합니다.
물을 길어 나르고, 요리와 빨래도 스스로 하며 동생들까지 챙기면서
바지런히 성당에 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참 놀랍고 대견스럽습니다.
어설픈 제 삶 속에서도 늘 동행하시며 소중한 가르침을 주시고 눈을 열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눈을 열어 주소서.
당신 가르침의 기적들을 제가 바라보오리다.
시편 1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