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 나눔을 하였습니다.

2023.10.07 몽골 이야기

게르 나눔을 하였습니다.
기쁜 소식을 나눕니다.
올 겨울을 준비하면서 항올 성모승천 본당에서 열 가정을 위한 게르 보수 공사를 지원해주었습니다.
홍정수 베드로 신부님께서 한 가정을 더 도와줄 수 있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하셔서,
마침 우리 본당의 어려움에 처한 가정이 떠올라 잽싸게 말씀드리고 지원을 약속 받았습니다.

그리고 소피아 선생님을 통해서 알아보니, 상황이 아주 어렵게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맏형을 불러서 물어보니,
요 며칠 걱정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뜬 눈으로 지샜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4 형제가 허름한 집에서 남의 땅을 지키면서 임시로 지내고 있었는데,
지난 6월부터 집을 비우라는 연락을 받고 난처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원래는 집주인에게 사정사정하여 나가는 날을 좀 미루고
여름내내 어머니와 맏형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현장에서 일해서 받은 임금으로 게르를 사서 이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여간 일한 임금은 전부 떼이고, 결국 게르를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집주인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얼마 되지도 않는 세간을 모두 빗 속에 끌어내놓고
오늘 당장 나가라며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모아진 후원금에 항올성당에서의 지원금을 더하여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마태 25,35

형제들과 나란톨 시장에 가서 게르를 구입하였습니다.
몇 번 경험이 쌓여서 꼼꼼이 살펴보고 좋은 재료로 된 튼튼한 게르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용 게르라서 양털매트를 두 겹으로 덮어야 해서 트럭에 한가득 짐을 실었습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보니 땅도 새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마침 친척 어른이 안 쓰고 있는 땅에 임시로 지내라고 해주셔서 급하게 포크레인을 불러서 게르를 치기 위해서 땅을 다듬었습니다.
언덕 위의 바위산에 자리 잡아서 땅을 파기는 힘들었지만,
든든한 바위 위에 집을 지으라는 성경말씀을 함께 나누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한쪽은 가파른 언덕이지만 탁 트인 전경이 오히려 마음을 넓혀주었습니다.
주일 오후 면담을 하며 급박한 사정을 알게 되었기에,
어두워져서야 게르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밥도 못 먹고 시간이 늦어졌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이 기쁜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성당 친구들도 와서 게르를 치는 것을 늦게까지 도와주었습니다. 마음이 참 포근한 날이었습니다.

며칠 뒤에 형제들 초대를 받아 가서 집을 축복해주었습니다.
이 바양허쇼 지역에 이렇게 축복 받은 게르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누추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거룩한 곳이 되었던 외양간처럼
이 자리도 바양허쇼에서 거룩함을 더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오묘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찬미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