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 피정
지난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12명의 아이들과 함께 떼제 피정을 하였습니다. 작년 겨울 처음 시도했던 피정 이후 이제 세 번째 피정입니다. 아이들과 처음 피정을 할 때는 참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피정이란 말조차 들어보지도 못했던 중고등학생들에게 대침묵 피정을 하자고 초대했던 제가 참 무모하고 용감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아이들은 캠핑하러 온 것처럼 들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침묵하면서 각자가 하느님과 만나는 고요한 시간을 갖자고 반복해서 다시 강조하고 초대하였습니다. 그렇게 이틀동안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지쳐갔지만, 침묵의 분위기는 오히려 점점 더 희미해졌습니다. 더 이상 피정을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피정을 정리하고 집에 갈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바로 그 때 다시 새롭게 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고민과 걱정을 들은 아이들은 반성하고 진지하게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단 하룻밤이었지만 아이들이 하느님 앞에 나아가 고요히 기도하는 모습은 참 천사 같이 신비롭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끝날 것 같던 피정이 하느님의 이끄심 안에서 참 은혜로운 시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 이후 다시 한 번 피정을 갔을 때는 모두가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기 위해 첫날부터 침묵으로 온전히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 속에 지낸 그 날들은 제 몽골 선교의 여정에서 큰 의미로 새겨졌습니다.
그렇게 피정에 맛을 들인 아이들이 이번 가을 방학을 맞아 피정을 하고 싶다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피정을 준비하였습니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모든 민족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모든 겨레들아
시편 117,1
세 번째 피정은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노래하며 기도하는 떼제 피정을 준비하고 그 하느님께 맡겨드렸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 몇몇 아이들은 대단한 정성을 쏟아부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수업을 빠져야 하는데 교수님께 허락을 받으려고 며칠을 고민하고 애를 태우다가 끝내 눈물을 쏟아내고서 허락을 받아 왔습니다. 또 한 친구는 출발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당일수업이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버스타고 택시타고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놀라운 것은 성가로 하는 피정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10명이 자기 자신을 음치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성가를 배우고 같이 노래를 불러보면 목소리들이 조화롭게 섞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가로 기도하는 그 순간이 좋아서 끊지 말고 계속 노래하길 바랐다 나눔을 들으면서 또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작은 성전이 지어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기도의 맛을 알고, 하느님 찬미의 그 순간에 빠져드는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